© Yoon Kalim

Accumulated Traces



각종 블로그와 잡지를 유영하듯 떠다니는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시각예술이 가지는 위치는 어디쯤일까? 이는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인 갤러리 운영자인 내가 늘 직면하게 되는 의문이자 과제이다.

물리적 공간을 다루는 건축 분야에서도 그 장소에 가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빛나는 사진이미지 한 장을 위한 화려한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것이 공공연한 유행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라, 사진 이미지 한 장으로 작품의 감상이 완결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예술계에서 쉽게 자리 매김 을 하기 힘든 젊은 작가들에게는 친근한 소재를 극사실주의 회화기법으로 그려내고 그 이미지를 약간의 포토샵 작업을 거쳐 온오프라인으로 유통시키고자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일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사장이 원하는 미술의 형태라면......

이렇게 작품의 이미지가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흐름 속에서, 실제 물리적 접촉을 감상의 전체로 하는 작업 즉, ‘tactility’이 주목하는 작가를 만나게 되는 것은 요한 떨림으로 다가온다. 조소작업의 본질이라는 재료와 물상에 대한 고민이 비록 시대를 역행하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한편 묵묵히 실제와 상상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탐험하는 가운데 보여지는 이미지 이면의 세계를 고민하는 젊은 작가가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윤가림의 개인전을 기획하기 전에 마치 내가 몰랐던 것은 전시된 전 작품에서 작업의 과정 모두에 작가의 수작업이 가미된 공예적 요소가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매끄러우면서도 기계적이지 않은 작품의 표면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했으리라, 그러면서도 공예와 미술의 차이를 줄타기 하듯 넘나드는 그녀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이유는 매우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보이는 작업 이면에 숨겨진 끊임없는 도큐멘테이션 및 자료수집 그리고 자신의 언어로의 재해석의 과정이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윤가림의 작업은 얼핏 보면 적당히 영리하고, 적당히 겸손하며, 적당히 친절하여 위협적이지 않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감을 준다. 그리고 그 친근감은 나무라는 소재의 특성에서 연유한 것으로, 실제 작품을 물리적으로 ‘접하게’되는 사람이나 시간을 들여 꼼꼼히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친근함 뒤에 숨어있는 미묘하게 낯선 풍경이나 감각을 금세 눈치챌 수 있으리라.

익숙한 가구의 형태를 닮아 있으면서도 가구의 기능을 비껴난 오브제들. 또, 귀여운 동물삽화에 수를 놓인 일련의 자수작업들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제 동물의 모습에서 조금 비껴난 묘한 생물체들의 조합이며, 자전거 안장의 형태를 띤 목조 조형물은 마치 이상적인 바스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걸터앉을 수 없다는 ‘현실’을 통해 일종의 육체적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영리하게도 작가는 이런 친근하고 아름다운 오브제가 실제로는 불친절함과 낯섦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 메시지_visual message’의 방식이 아닌 ‘촉각적 메시지_tactile message’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친근한 듯 낯섦이, 아름다운 듯 기묘하며, 따뜻한 든 날카로움이 숨어있는 윤가림의 작업은 그래서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시각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시각예술 작가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더욱 분명이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홍보라, 갤러리 팩토리 디렉터
Bora Hong, Director of Gallery FACTORY